일상기록

보통

이유길 2018. 11. 22. 00:36

이곳에 올때는 

패닉이 왔다거나, 올 것 같다거나, 왔다 간 상태다.

그리고 오늘은 처음으로 선생님이 알려준 방법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채플을 가면 유난히 공황이 자주 오는데

아무래도 평소에 내가 그 공간에 가면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지.(패닉이 오는 최적의 공간이기도 함)

몸이 그걸 기억해서 더욱 부딪히는 것 같다.

지옥같은 40분을 명상과 호흡으로 버텨냈다.

가끔 이렇게 공황이 나를 세게 치고 지나가면 참을 수 없는 울음이 터지곤 했는데

오늘은 나쁜말 조금 하고 말았다.


엊그제 김장을 하고

옷에 고춧가루가 묻은 채로 방에서 쉬고 있는 내게 퇴근한 아빠가 와서 그랬다.

내가 아프면 자기도 아프다고(다모인가)

하지만 혹시라도 나의 병이 가족에게 부담을 끼친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아빠가 그 정도 능력은 있으니

너는 치료에만 전념하라고.


사실 병원에 갔다가 집에 오는 내내

돈도 없으면서 예술한다고 깝치는 자식인데 아프기까지 해서 너무 죄송하다..

라고 생각했다.

집에 곧장 오면 가족들 얼굴보자마자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공원을 뺑뺑 돌다 들어갔다. 


근데 아빠는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딱 맞춰 내게 그런 얘길 해줬다.


아마 그 말을 들은 이후로 

공황이 오는 순간 의사선생님과 연습한 방법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전에도 말했듯이 지금의 나는 너무 괴롭지만

나약해진 덕분에 못 느껴봤던 아니,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사랑들을 만끽하는 중이다.

나는 결국 이 병을 이겨낼 것이고,

우리는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이건 바람이라기보다 어떤 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