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이 있다면
안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오늘 문득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다음 생에는 사슴벌레 같은 걸로 태어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는데
친구에게 "다음 생에 내가 사는 숲에 놀러와"
라고 말하는 순간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인간으로 사는 게 나한테는 벅차서
역량이 없는데 이렇게 태어난 게 문득 억울해서
의미없는 소원을 빌어보며 하소연하는데
다음생이 만약 있다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인연들을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럼 너무 행복하겠다 싶어서 마음이 간지러웠다.
윤리시간에 불교사상을 배우면서 윤회라는 개념에 흥미를 가졌던 게 기억난다.
만약 그 순환에 나도 해당된다면
부디 다음 생에는 숲에 사는 사슴벌레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오래도 안 살고 좋아하는 나무에 조금만 붙어있다가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