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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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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과 일상에 대하여 지난 수요일에 병원을 다녀왔다.목요일 부터는 상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어제부터 약도 먹는다.운동도 꾸준히 하려고 하고, 나름 원래의 생활패턴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아무래도 예민하고 생각 많은 건 내 의지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여전히 집 밖에서 밥을 먹는 건 힘든 일이고,몸에 밴 불안을 털어내는 것도 익숙치 않다.나도 긍정적인 사람이고 싶다. 가족들의 큰 지지와 사랑으로 아주 조금씩 더 나은 오늘을 맞이하고 있지만밖에 나가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그전에 어떻게 해왔는지뭐가 나의 정상성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친했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괜히 어색하게 느껴진다.가장 고민인 건 내가 나를 어디까지 밝혀도 괜찮을 것인가.에 대한 것.그리고 나는 언제 정상이고, 언제쯤 정상이 될 수 있냐는 것...
오늘도 무사히 옛날에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가 천사 그림과 함께 대유행을 했었던 게 기억난다.진짜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나에게 '오늘도 무사히'는 하루의 시작과 끝에 꼭 붙어있다. 오늘은 상담 면접을 했고, 선생님의 사근사근한 물음에 떠오르는 대로 다 말했다.상담실에 들어가자마자 살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눈물이 많이 났다.울고 나면 좀 차분해지기도 하지만 요새 너무 자주 울어서 가끔 지칠 때가 있다.-그래도 지치지 말아야지-오백개가 넘는 문항에 최대한 솔직하게 답하려고 노력했다.부디 15주후에는 가뿐한 마음으로 그곳을 나오자! 오늘 하루종일 계속 졸려서 몸이 무거웠다.잠을 자도 선잠을 자서 계속 피곤한 것 같다.집에 와서 밥 한그릇 비우고 소화시키려고 침대에 앉았더니 너어무 졸려서 하마터면 운동 안 갈 뻔했다....
2018년 10월 16일 오늘 밥을 먹다가 자꾸 눈물이 나서 그냥 울어버렸다. 그런 나를 보면서 엄마도 울었다. 우리 둘 다 애꿎은 밥알만 숟가락으로 뒤적였다. 아무도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왜 우린 서로에게 미안해야 할까. 나는 오늘 수업을 다 듣지 못하고 나왔다고 말하며 잘했지?라고 했고, 엄마는 벌개진 눈으로 나를 보며 웃어줬다.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엄마의 사랑을 입안 가득 넣어 먹었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잠들지 못할 것 같아서 집앞 산책로를 뛰기로 했다. 엄마 심부름으로 아빠랑 전분가루랑 찹쌀가루, 고춧가루를 사고 아빠는 집으로 나는 산책로로 향했다. 신나는 노래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좋았다. 나는 그 풍경을 뒤로하고 팔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뛰었다. 숨을 많이 쉬니 살 것 같았다. 살 수 있을 것 같..
달의 요정 세일러문의 오프닝 첫 줄이 먼지 알레르기가 심해지는 것 같아서 청소를 했다. (사실은 피아노가 치고 싶은데 위에 잡동사니가 너무 많아서 그거 치우는 김에,,) 이틀에 걸려 치운 방에 놓인 추억상자를 다른 박스에 옮겼다. 상자에 담겨있던 편지들을 다시 차곡차곡 정리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편지가 있어서 침대 위에 올려놨다. 어제 일찍 잠들어서 오늘 아침에 그 편지를 읽었는데, 내용의 절반이 수정테이프에 가려지고 덧쓰여있었다. 작은 글씨들은 그냥 하얗게 덮여있기만 해서 긁어내고 봐볼까도 싶었지만, 너무 열심히 칠해놔서 그만뒀다.여전히 그때의 나는 걱정거리였구나 싶어서 미안했다. 늦은 답장을 하고 싶어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다가 문든 생각난 말이 '그때의 내가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해' 였는데왜 거기에 멜로디가 입혀졌는지 모르겠다.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