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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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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니 오늘 한 달 만에 병원에 간다.병원에 가기 전에는 항상 이거 물어봐야지, 저거 말해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가면 별 말 안하고 오게 되는데 이번엔 꼭 해야 될 이야기들을 메모해 갈 생각이다.한 달이라는 기간이 나를 지나가는 많은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할 시간이 있어 좋았으면서도, 한 편으론 온전히 스스로 버텨내야하는 시간인 것 같아서 답답하기도 했다. 가족들에게 내 불안과 공황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건 아직도 어려운 일이고, 끊임 없는 걱정을 멈추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문득 드는 삶의 회의감도 그저 질문으로 여기는 데 삼 일이 넘게 걸렸다.여전히 나는 애써야 하고 그런 생활이 낯설다.나는 아마 평생 그 낯설음을 경계했던 터라 지금이 버겁다.다만, 몸과 마음이 동시에 요동치지..
좋은 취미 내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이모는 내게 늘 큰 꿈을 꾸라고 말해주곤 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날엔 어김 없이 책을 선물했다. 이모가 우리 집에 오는 날은 보통 부모님이 집을 비우거나 많이 늦는 날이었는데, 사실 그런 날은 별로 많지 않아서 이모를 보는 건 많아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을까 말까였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이모가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명절에나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대신 핸드폰이 생겼기에 다른 방식으로 서로 안부를 물었다. 물론 주로 먼저 물어오는 사람은 이모였다. 당시 우리집 사정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나는 모르지만 이모는 내게 갖고 싶은 책이 있으면 부모님께 말하지 말고 자신에게 한 달에 한 번 목록을 써서 보내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수집욕이 있던 나는 신나서 매달 갖고..
졸업합니다 내일 드디어 기다리던 졸업을 합니다.4년 동안 하고 싶은 공부하며 사서 고생하는 저를 믿고 지켜봐주시며 틈틈이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학교를 다니며 얻은 많은 것들 중에 절반은 버리고 싶은 것들이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배움이 있었기에 무사히 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어요. 늘 동기들과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죽고 싶다' 였는데 이젠 열심히 살고 싶네요. 내일이 지난다고 해서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살고자 합니다.끝으로 오늘까지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 내일도 잘 부탁드려요.(찡긋)
하루를 정리하기 어쩌다 새해의 첫 글을 이제야 적는다.그 사이 계절학기도 무사히 마쳤고, 병원의 1차 치료도 끝이 났다.발작의 수는 이전보다 현저히 줄었고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강도 높은 불안은 여전하다. 오늘은 상담을 다녀왔고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내가 분리불안이 있다는 것이다.놀라운 동시에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였다.내 병의 원인을 알아가는 와중에 만나는 나의 문제들은 참 많고 다양해서 이제는 안 가진 불안이 뭘까 싶기도 하지만ㅎ오히려 그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나를 훨씬 편안하게 만든다.잠깐씩 빠지는 자기연민이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정말 다른 거니까. 일생을 집에서 살았던 우리들은 한 번도 이곳에서 안정을 느낀 적이 없었고, 난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다.서로를 자기 자신보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