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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하루를 정리하기

어쩌다 새해의 첫 글을 이제야 적는다.

그 사이 계절학기도 무사히 마쳤고, 병원의 1차 치료도 끝이 났다.

발작의 수는 이전보다 현저히 줄었고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강도 높은 불안은 여전하다.


오늘은 상담을 다녀왔고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분리불안이 있다는 것이다.

놀라운 동시에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내 병의 원인을 알아가는 와중에 만나는 나의 문제들은 참 많고 다양해서 이제는 안 가진 불안이 뭘까 싶기도 하지만ㅎ

오히려 그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나를 훨씬 편안하게 만든다.

잠깐씩 빠지는 자기연민이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정말 다른 거니까.


일생을 집에서 살았던 우리들은 한 번도 이곳에서 안정을 느낀 적이 없었고, 난 그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서로를 자기 자신보다 아끼면서 살았는데.. 우리의 애정과 마음들은 다 여기저기를 부유했다니.

중력이 없는 집에서 가족을 끌어안기 위해 했을 노력들이 안타까워서 슬펐다.

그래도 오래 슬퍼하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많은 노력들 중에 가장 애쓰는 부분이 가족과의 관계다.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대화를 신청할 예정이다.

하마터면 모르고 넘어갈 뻔 했을 문제를, 언젠가 내 다음세대에게 유전될 지도 모르는 불안을 지금 찾아냈으니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려고 한다.

 


끝으로 오늘 하루를 마치면서 들었던 생각들을 정리해보자면,

나의 예민함을 영민함이라 말해주고, 그것이 나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난 늘 내가 나를 망칠거라 걱정했고, 결국 그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 보면 나는 내가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나를 정의하는 단어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일단 나에게 당장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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