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오늘 한 달 만에 병원에 간다.
병원에 가기 전에는 항상 이거 물어봐야지, 저거 말해야지. 생각하면서도 막상 가면 별 말 안하고 오게 되는데 이번엔 꼭 해야 될 이야기들을 메모해 갈 생각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이 나를 지나가는 많은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할 시간이 있어 좋았으면서도, 한 편으론 온전히 스스로 버텨내야하는 시간인 것 같아서 답답하기도 했다.
가족들에게 내 불안과 공황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건 아직도 어려운 일이고, 끊임 없는 걱정을 멈추는 것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문득 드는 삶의 회의감도 그저 질문으로 여기는 데 삼 일이 넘게 걸렸다.
여전히 나는 애써야 하고 그런 생활이 낯설다.
나는 아마 평생 그 낯설음을 경계했던 터라 지금이 버겁다.
다만, 몸과 마음이 동시에 요동치지 않는다는 것,
적어도 망망대해 위에 서 있다는 느낌은 안 든다는 것,
나를 향한 마음들에 미움은 별로 크지 않다는 것,
내가 나를 열심히 살려내고 있다는 것에 위안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