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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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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오빠 제가 많이 좋아했어요



크리스마스 지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캐롤 듣는 사람 누구니?



누가 나 불렀엉?


전데욥.
독한 감기에 걸려 본의 아니게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쓰는 나의
Seven days a week.
スタート!
(3개 국어 하는 나 어때?)


망고스틱키라이스

일요일.
팟타이폭격기가 또 타이푸드를 조졌다는 뻔하디 뻔한 소식. 언제 먹어도 좋은 걸 어떡해ㅠ
사람 많기로 소문난 성수, 셉흔틴 친구들의 맛집이라는 레몬그라스에 다녀왔다.
팟타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린커리가 정말 대존맛이었음.
내내 생각나서 한 주가 피곤했을 정도.
그 외에도 망고밥을 판다는 게 놀라웠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더 놀랐다. 방콕 갔다 망고밥 중독에 걸렸던 친구를 꼭 데려오리라 다짐하며..(하지만 성수 너무 멀어.. 일 년에 두 번만 오고싶어)


평일 아침의 PTSD를 유발하는 화면


월요일.
어릴 때 스폰지밥이 부르던 “월요일 좋아”라는 노래가 얼마나 정신나간 가사인지 알아버린 나.
저 알람이 울릴 때마다 심장 벌렁거리며 기상하는 삶이라니.. 정말 간지가 나질 않아…


시켜줘. 명예 몬베베.


거친 월요일의 기세에 눌려 슬퍼하는 나에게
전날 성수나들이를 같이했던 친구가 보내준 사진.
저 얼굴에 저렇게 다정하다고..? 더 슬퍼졌어…
겍객스긋색레기기 요일에 달래줄 사람들 많으니까 국방부는 형원군을 얼른 되돌려줍니다. 알겠습니까?


팟타이폭격기 닉값하기


화요일.
화가 나서 화요일이냐는 회사원 유머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어른. 댓츠 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또 음식에 기대러 왔습니다.
팟타이 없이 어떻게 살지..? 난 이제 글렀어.


정후야 사랑해


팟타이 없이는 못 살아도 이제 정후 없이는 살아야 한다.
퇴근길에 뜬 짱후의 미국 브이로그를 보는 내내
전 직장을 향한 그의 진한 애정에 마음이 일렁였다.
(난 전 직장도 현 직장도 애정이랄 게 없..)
중소회사에서 글로벌거대기업으로 이적한 그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것 외에는 이제 해줄 것이 없다.
유니폼 나오면 삐삐쳐줘. 그건 사러 갈게!


연어 좋아


수요일.
며칠 전 지원했던 면접에 떨어졌다는 소식에 우울한 찰나
강구에 사는 귀염둥이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뭐해요? 서울이에요?”
는 즉, 오늘 만나자는 얘기.
그래서 바로 얼굴박치기를 해버렸다.

라떼 좋아


하이볼을 시원하게 한 사바리 하고 2차로 카페에 왔다.
비도 오고 날도 추워 말차갸또케이크를 하나 시켜놓고
둘 다 라떼를 한 잔씩 주문했는데
문득, 아 우리 둘 다 라떼 좋아했지!
하며 서로 친해졌던 이유를 기억해냈다.
손등이 햇빛에 다 타서 자주 화상을 입던 내가 분장팀 막내인 이 귀염둥이에게 선크림을 빌리면서 말을 텄던 그 날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아침 일찍 모여 14시간을 꼬박 촬영하고, 자정이 넘어 끝나면 맥주 한잔 하쉴? 하며 말죽거리에서 생맥을 부어라 마셔라 하던. 늘 막차는 노래방이었던. 내가 마이크만 잡으면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치워주던. 그리고는 다들 첫차를 타고 집에가던.
피곤이 뭔지 몰랐던 그 시절이 떠올라 잠깐 추억에 젖었다.(그래봤자 몇 년 전인데 왜 이리 멀게 느껴지는지)
다시 현장에 간다면 꼰대가 되어 만나자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졌다.


억장 와르르 맨션

목요일.
주 4일 근무 어디까지 왔나요?
제가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이상하게 이 날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흉통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심해서 점심엔 밥도 안 먹고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왔는데, 도무지 나아지질 않아서 또 불안감에 신경이 예민해졌다.
근데 심지어 목요일이다? 진짜 선을 넘어버리셨다.


나의 소울푸드, 마마스 단호박스프


이런 최악의 컨디션속에 나간 저녁 약속은
이 모든 걸 상쇄하는 힐링타임이었다.
여의도 지박령 시절 나의 소울푸드였던 카페마마스의 단호박 스프 with 최애인간과 함께하는 시간.
반복적이고 지루한 일과 나를 동일시하는 것이 괴롭다는 나의 말에 그녀는 자신도 그러한 시간을 보내며 오히려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았다고 했다.
여전히 삶의 생기를 찾아다니는 우리는 결국 그런 안일함에 중독될 일은 없겠다 싶어 안심이었다.
불안한 삶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으려는 때론 진지하고 때론 가벼운 노력들이 있었음을 서로가 기억하고 있으니. 잠깐의 방황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삶만큼이나 그녀의 일상과 사랑을 응원하며.


내가 만든 그릇


최애인간의 취미 중 하나인 도예.
공방에 따라갔다가 그릇을 두 개나 만들었다.(오빠의 입주 및 생일 기념 선물이 될 예정.)
사실 목요일의 약속은 이 그릇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는데 여기에 용하다는 사주집 번호도 받아왔다.
올해는 그냥 스포해주셔도 괜찮아요. 제 전화 받아주세요.


그만 아프고 싶어요


금요일.
출근을 못했다.
여전한 흉통에 목이 부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엉망진창인 몸을 이끌고 단골병원으로 향했다.
내 목을 보던 의사선생님은 붓기와 염증이 심하다며 표정이 심각해지셨고, 어마어마하게 아픈 주사를 처방해주셨다.
약도 생전 처음 먹어보는 걸 받아왔는데, 웬 천식 알레르기 치료제였다. 흉통이 있다고 해서 그랬나..?
다행히 하루 일을 쉬며 푹 자고 잘 먹었더니 통증들은 대부분 가라앉았다.


아프지만 식욕은 멀쩡한 나


토요일.
먹고 자기의 반복 이틀 째.
엊그제까지만 해도 반복적인 일에 회의가 느껴진다고 해놓고 왜 이런 생활에는 일말의 의심조차 없는 것일까.
아프면 입맛도 사라지기 마련인데, 밥만 잘 먹는다.
이렇게 며칠만 더.. 며칠만 더…
를 외치다 벌써 주말의 끝자락에 와버렸다.


송주오빠, 저 돈 없어요


그리고 이 길고도 짧은 한 주를 버티게 한 나의 최애드라마. 천국의 계단. 볼 때마다 며칠은 후유증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이 맘 때 쯤 만들어진 드라마들은 다 좋다. 극적인 설정, 빠꾸없는 전개, 극한의 감정을 오고가는 캐릭터들의 열연. 언젠가 이런 작품을 나도 만들고 싶어 자꾸 들여다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클래식은 영원하고, 유행은 주기적이며, 사랑은 돌아오는 거니까.
감성드라마의 붐은 다시 온다!



노력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건 없어요


한 주의 마무리.
환상을 파는 일을 하며 누군가의 환상을 만들고 그걸 믿도록 하고 그 믿음을 지키는 건 정말 큰 노력이 든다는 걸 배웠다. 때론 이 노력이 부질없게 느껴지고, 해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내가 창피했으며, 얻어내고 싶었던 자아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 때의 나에게 노력하는 너의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해줬더라면 나는 그 일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 순간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한 주간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과거의 일터로부터 배운 기쁨과 상실을 상기한다. 그것들을 두고 떠나가는 게 아깝지 않느냐 묻는다면 당연히 아쉽다고 답하겠다. 하지만 내가 만약 민들레 홀씨라면 이처럼 잘 살수도 없는 생이라 하겠다. 나는 정착할 흙을 찾아 계속 바람을 타고 흘러가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흐름을 여행처럼 즐기는 방법밖에 없다.
몸이 아픈 이유에는 아무래도 정신적인 연약함도 한 몫하는 중인 듯 싶다. 다음주에는 심신을 바로잡을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한 주가 될 것이다. 더 건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지구에 나는 어떤 보탬이 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넥스트 세븐데이즈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