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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이게 얼마짜리 멘탈인 줄 아세요?

눈 마주치지마 앞니 나간다


부쩍 화가 많아진 요즘.
지하철을 탈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야구를 볼 때도,
늘 6학년이 웃겨 인마 모드인 나.
앞 사람이 핸드폰을 보며 느릿느릿 갈때면
네이버로 마취총 얼마예요?를 검색하곤 한다.
(다들 걸을 때는 앞을 보기로 해~ 약속🤙)
누가 자기 앞을 천천히 걸어가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게 ADHD증상 중 하나라던데..
나는 도대체가 신경정신과에서 먹은 약이 얼마고
상담에 들인 시간이 얼마인데..
왜 아직도 멘탈이 종합병동이지(?)

*이런 비약은 위험합니다. 저는 성인ADHD가 아닙니다.

왠지 배고프더라


끊임없이 배가 고픈 탓이 평화부족현상 때문이었다니
그래서 멘탈에 고봉밥 채우러 갈 결심을 해버렸음.
엥⍤⃝? 결론이 왜그래?



대전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가짐


목표는 하나.
성심당.
나는 성심당으로 쏜다.




꿈돌이도 커플이었어..?


그렇게 도착한 꿈돌이의 도시.
첫인상부터 참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근데 버스가… 왜 이리 안 와요?
광천식당 가야하는데!
웨이팅 길어지기전에 가야하는데!
조급함+서대전역에서 더이상 더위와 싸울 에너지가 없어
나와 일행들은 택시를 타버렸고..


복수분식 두부두루치기와 수육♥


그렇게 복수분식에 왔다.
응?
도착한 광천식당은 무려 2시간 뒤에나 입장이 가능하다며 사장님이 굉장히 미안해하셨다ㅠ
한꺼번에 몰려온 저희가 잘못이죠ㅜㅜ 괜찮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바로 복수분식으로 유턴을 해버렸고
약 40분의 기다림 끝에 두부두루치기를 만났음.
아니.. 이 맛있는 걸 대전사람들만 먹었다고?
진짜 너무하네…
님들아 대전 복수분식가서 수육을 조지셈
저거 진짜 m͓̽i͓̽c͓̽h͓̽i͓̽n͓̽놈임.
약간 족발의 느낌이 나서 쫀득하고 고소한데
마지막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맛이 ㄹㅇ 감탄만 나옴.

하지만 여긴 나의 진정한 목적지가 아니었음.
밀가루 대장인 내가 수육에 이 쥐콩만한 위장을 다 내어줄 순 없지. 성심당 딱 대. 기 전에 일단 빙수부터


다나카상, 사라지라고 했을텐데.



성심당 전설의 팥빙수..
구경도 하기전에 늘어선 대기줄을 보고 바로 백스텝을 갈겼읍니다.
사유: 이 날씨에 기다리다가는 수저 들기도 전에 걸어서 천국속으로! 할 것 같았음



꿈빛파티시엘 대전 보고 만든 거 아님?



그래서 땡큐베리머치인가 머시긴가 하는 카페로 또 우회.
와 근데 케이크 뭐에요??
하나 뿐인 입을 원망하며 진열장 가득 줄 서 있는
예쁜 케이크들 중에 딱 두개만 울면서 골랐음.
내가 고른 화이트복숭아어쩌구 케이크.
너어어어무 맛있었음☺️
(여기도.. 웨이팅… 있습니다.)
다 먹었니? 그럼 할 일을 하자.
엉덩이 들어 빵 사러 가야지.




…(심한 욕)



어디서나 날 반기는 저 미쳐버린 대기줄.
어느 식당이든 어느 카페든 이 더운 날씨에 계속 줄을 세우는 꿈돌이의 도시여…
성심당 스트리트를 그저 배회하다가 집에 가야하는 것인가! 고민에 빠진 가운데 일행 중 한 명인 레이디이글스씨가 우리를 롯백으로 안내해주셨다.




빵 밑에 또 빵 있어요


그렇게 드디어 입성한 성.심.당.
눈에 뵈는 대로 일단 담아!
해서 저렇게 쓸어담았더니 거의 아령 하나의 무게가..
계산 기다리는 줄도 한참이었는데
빵 들고 있다가 팔이 떨어져나갈 뻔했다^^
속으로 ‘넌 맛없으면 죽는다..’ 를 염불처럼 외며
큰 가방에 차곡차곡 빵을 채워 나와서



이글스파크에 누가 야구보러 오니 농심가락 먹으러 오지


열무국수 먹으러 옴.
야구장은 억대연봉자들의 라이브 공연을 보며
신나게 먹고 마시는 곳이라고 배웠습니다.



생귤시루 먹으라고 주는 내 친구, 날개 펴. 너 천사인거 다 알아.


그래서 이제 홀케이크를 꺼내서 먹어버린.
어쩌라고요. 야구를 이거보다 더 잘할 수가 있음?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 이유는
진짜 케이크가 너무너무너무 맛있었기 때문.
정말 화가 나. 대전인들만 이걸 먹어왔다는 사실에..
상큼 달콤 시원 사르르 ♡
암튼 이세상 디저트에 갖다붙일 수 있는 예쁜 수식어는 다 달아주고 싶은 맛임.
덕분에 잠깐 야구 스트레스를 잊었고, 행복했습니다.
(찐텐)



누가 나 도촬함


생귤시루 먹고 행복해진 나.
역시 내 에너지의 원천
밀가루, 설탕 그리고 김혜성.
(혜성아 건강해야돼🥹)



대전 바닥에 새긴 나의 소망(이벤트 낙서존이었습니당)


그렇게 빵과 승리를 챙겨 집에오는 길.
문득 좋아하는 것을 쫓아 더위도 잊고 여기까지 온 내가
웃기고, 잠깐 한심했다가, 아주 약간 기특했다.
빵사러 대전까지 간다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아빠의 얼굴이 KTX차창에 비친 내 얼굴에 오버랩이 되어서 그랬을지도. 그 마저도 빨리 집가서 빵 먹고싶다는 생각에 덮여 오래가지 못했다.



뭔 소리야. 많이 먹어서 배부른 거잖아.



암튼 빵보다 배부를 추억들을 안고
땀과 웨이팅에 절여진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진짜 꿀-잠을 잤다능.
아 대전 여행 진짜 알찼다!
(순 먹기만 했으면서… 이 돼지야)



하늘 누가 칠했니? 백점.



그리고 어느 날의 퇴근길.
지하철 문이 열리고 홀린 듯 승강장 끝으로 걸어갔다.
하늘이 어찌나 예쁘던지. 막힌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문득 깊이를 알 수 없는 막막함이 코 앞에 다가올 때가 있는데, 얼마나 깜깜할 지 또 얼마나 답답할 지 예상도 안 돼서 뛰어들 용기조차 나질 않는다.
그 날이 그런 막막함에 잠겨버린 날이었다.
이대로 집에 가면 분명 잠들기 직전까지 울 게 뻔했는데
마침 눈 앞에 저 하늘이 펼쳐져있었다.
그런데 저 파란 하늘에 떠있는 분홍 구름이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 마치 좋아하는 시의 한 구절 같았다.

아무도 모른다, 저 홀로 없어진 구름은
처음부터 창문의 것이 아니었으니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저 구절이 반복재생되었다.
이 고통 또한 없어진 구름처럼 내 창문을 떠날 거라고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
난 정말 시가 없었다면 말라 죽었을 거야.
눈물나게 고마운 나의 작은 모서리들.




하다하다 이제 야구공에 맥주를 담아먹는 지경에 이르렀음



그리고 최고의 정신병 치료제, 생맥주.
얘들아 일기를 왜 쓰고 자기반성을 왜하니
그냥 얼음맥주 갈기고 한숨 자.



어쩌면 나의 전부



어설픈 우울함에 빠질 뻔 할 때쯤
돌아오는 주말에 얘네를 만났다.
그리고 나면 다시 살아갈 힘이 난다.
내 행복은 여기 있어. 분명해.
얘네랑 할머니 될 때까지 파티 다닐거야.
그러니까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야지!



우리할머니처럼 나도 귀여운 양말 신는 할머니가 될거야



일단 우리 할머니부터 건강하고!
그 다음이 나!
작은 수술을 하러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오랜만에 도란도란 얘기하다가
”죽으면 좋지 뭐~!“ 하며 껄껄 웃는 할머니의 쿨함에
그런 농담 안받는다고 칼차단 해버렸다.
(무슨 소리? 할머니 내 환갑잔치 와야돼^^)



여름아 부탁해. 꺼져줘♥



죽음과 삶, 사랑과 증오, 희극과 비극은 모두 종이 한 장 차이. 이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각자의 빛을 쫓아 나아가는 여름의 끝자락이 되시길.
인생 뭐 있어? 한잔해.